경제포커스
디즈니와 오픈AI의 '세기의 동맹'… 1조 4700억 원짜리 계약의 진짜 속내
2025-12-12 13:44
'콘텐츠 왕국'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챗GPT'의 아버지 오픈AI와 손을 잡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디즈니는 11일(현지시간),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3년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디즈니가 보유한 막강한 지적 재산(IP)을 오픈AI의 AI 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Sora)'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AI 기술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 영화 산업의 거물이 AI와의 결합을 공식화한 것으로, 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이번 계약으로 인해 전 세계의 '소라' 사용자들은 이제껏 상상만 해왔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미키마우스, 신데렐라와 같은 디즈니의 클래식 캐릭터는 물론, 마블의 슈퍼히어로, 픽사의 인기 캐릭터, 스타워즈 세계관의 등장인물에 이르기까지 총 200여 종에 달하는 캐릭터를 활용해 자신만의 짧은 영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초상권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이언맨을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같이 실존 배우의 얼굴이나 음성 데이터는 이번 라이선스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디즈니는 단순한 라이선스 제공자나 투자자에 머무르지 않고, 오픈AI의 핵심 고객사로서 AI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새로운 영화나 시리즈 등 콘텐츠를 개발하고, 테마파크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오픈AI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사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챗GPT를 도입하는 등 경영 전반에 AI를 깊숙이 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업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하며,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원칙 아래, 생성형 AI를 통해 스토리텔링의 영역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혀 기술 도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드러냈다.
디즈니의 이번 파격적인 행보는 그동안 AI 기업에 대한 불신과 노조와의 갈등 우려로 협업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영화계의 기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전망이다. 할리우드는 AI 학습에 사용되는 콘텐츠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가능성 때문에 AI 기업들과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최근 오픈AI가 디즈니뿐만 아니라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다른 주요 스튜디오들과도 소라 플랫폼 활용을 논의하는 등 업계 전반에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콘텐츠 공룡' 디즈니가 AI와의 동맹에 앞장서면서, 이제 할리우드와 AI의 결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