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대두 필요 없다!" 중국, 고단백질 옥수수로 미국에 반격

2025-03-14 08:51
중국이 고단백 옥수수 품종 개발과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가축 사료의 단백질 함량을 결정하는 주요 원료인 대두(콩)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현재 중국은 대두 수입량의 2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대두에 대한 관세 부담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성이 대두 수입 정책 변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인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중앙TV(CCTV)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화중농업대 옌젠빙 총장 연구팀은 약 10년간의 연구 끝에 고단백 옥수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이 품종의 재배 면적은 66만7000헥타르(약 2020만 평)를 넘어섰으며, 평균 단백질 함량은 10%로 일반 옥수수보다 2%포인트 높다. 옌 총장은 “중국 내 경작지의 3분의 1이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지난해 옥수수 총생산량이 2억900만 톤(t)을 기록했다”며 “옥수수의 단백질 함량이 1%포인트 증가하면 연간 290만 톤의 단백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고단백 옥수수 개발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두 수입 감소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고기, 계란, 우유 등 단백질 소비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대두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두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며, 가축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되기 때문에 사료 원료로 필수적이다. 하지만 옥수수에서 연간 290만 톤의 단백질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두 수입량을 약 700만~800만 톤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1억500만 톤으로 전 세계 대두 무역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중 23%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옌 총장에 따르면, 중국이 대두를 완전히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약 1400억~1600억 평의 추가 대두 재배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토지 이용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중국의 경제적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했을 때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처를 브라질로 전환한 바 있다. 이달 4일부터도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10% 인상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두 달 동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총 20% 인상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서부 지역의 농민들은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며, 대두는 미국의 대표적인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관세 조치는 미국의 농업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산 대두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지 못하는 상황은 중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대만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식량 안보는 중국의 핵심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CMP는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대두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현재 미국산 대두의 중국 수입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는 10년 전 40%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감소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올해 대두 수입 다변화와 국내 수확량 확대를 통해 식량 안보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는 “미국산 대두에 대한 10% 관세 부과로 인해 단기적으로 중국 내 수입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사료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산 농산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핵심 방법은 국내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고단백 옥수수 개발과 보급 확대는 단순한 농업 기술 혁신을 넘어 식량 안보를 위한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중국이 대두 수입을 얼마나 줄이고, 국내 단백질 생산량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농산물 시장과 미중 무역 관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