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점유율 35%서 7%로 추락… 일본차, 韓 시장서 사실상 퇴출

2026-04-27 14:17
 과거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고 있다. 닛산과 인피니티, 스바루, 미쓰비시에 이어 최근 혼다마저 저조한 실적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국 시장이 사실상 일본차의 무덤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연간 1만 대 판매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던 혼다의 퇴장으로, 이제 국내에 남은 일본 브랜드는 도요타와 그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단 두 곳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 브랜드의 쇠락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2008년 무렵 국내 수입차 시장의 35% 이상을 장악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일본차의 점유율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2019년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치명타로 작용하여, 이듬해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급감한 이후 최근까지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 브랜드들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굳건히 지켰고, 미국과 스웨덴 브랜드들도 약진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혼다의 몰락 과정은 이러한 일본차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혼다는 중형 세단 어코드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2008년 수입차 업계 최초로 1만 대 판매 고지를 밟으며 1위에 등극했다. 이후 부침을 겪으면서도 2017년 다시 1만 대 고지를 탈환하며 저력을 과시했지만, 불매 운동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2천 대도 팔지 못하며 순위가 16위까지 추락했고, 올해 초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나 증발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차의 부진이 단순한 정치적 이슈를 넘어 기술적 흐름에 뒤처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기술에 안주하는 사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순수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져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13%를 돌파했지만, 정작 도요타와 혼다는 국내 시장에 단 한 종의 순수 전기차도 내놓지 못하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빈약한 디지털 편의 사양도 뼈아픈 패착으로 지목된다. 혼다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CR-V 최신 모델은 여전히 9인치의 작은 화면을 고수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무선 연결 기능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주력 세단인 어코드 역시 화면 크기를 키우고 무선 연결을 도입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여기는 내장형 내비게이션은 끝내 탑재하지 않았다.

 

이는 첨단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경쟁 수입차 브랜드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시장을 선도하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주력 모델에 20인치가 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볼보 역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전 차종에 기본으로 탑재하는 등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어, 디지털 혁신에 둔감했던 일본차의 도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