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2030은 '가성비' 외치며 사는데… 5060은 여전히 '중국산' 못 믿는 이유

2025-09-08 13:16
 '메이드 인 차이나'는 더 이상 저품질의 대명사가 아닌가. 한때 '짝퉁'과 '싸구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중국산 가전제품이 놀라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샤오미, 로보락 등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면서, 시장의 판도가 조용하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국 성인 1000명 중 무려 57.6%, 즉 국민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이미 중국산 가전제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중국산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체감하는 비율도 45.3%에 달해, 중국산 가전의 확산이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가전에 지갑을 여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성비(39.6%)'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28.6%)'를 넘어 '품질이 좋아서(25.7%)'라는 응답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품질 면에서도 국산이나 다른 해외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산 가전제품을 직접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구매 경험자 중 76.0%라는 압도적인 비율이 "제품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중국산이라서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응답도 42.7%에 달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은 향후 구매 의향으로 이어져,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0%가 "앞으로 중국산 가전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제품의 생산지보다 가성비가 더 중요하다'는 질문에 20대는 65.5%, 30대는 60.0%가 동의하며, 브랜드의 국적보다는 실질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합리적인 소비 패턴을 보였다. 반면 50대(53.0%)와 60대(45.5%)는 상대적으로 생산지에 대한 고려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이면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거대한 불신의 벽이 존재한다. 전체 응답자의 79.3%는 여전히 '중국산 가전은 보급형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짝퉁이 많다'는 부정적인 시선 역시 79.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과 보안에 대한 뿌리 깊은 우려다. 응답자의 72.0%가 '환경호르몬 등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답했으며, 67.1%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결국 현재 중국산 가전제품은 '뛰어난 가성비'와 '높은 실사용 만족도'라는 매력적인 얼굴과 '저가형 이미지'와 '안전 불신'이라는 어두운 얼굴을 동시에 가진 채, 한국 시장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