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오픈런' 롯데마트 vs '텅텅 빈' 홈플러스... 한 달 만에 벌어진 대형마트 '천당과 지옥'

2025-03-28 11:35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매장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27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을 찾았을 때, '창립 홈플런 성원 보답 고객 감사제' 행사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한산했다. 같은 날 경쟁사인 롯데마트가 개최한 '땡큐절'에서 일부 매장 '오픈런' 현상이 발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매장 곳곳에서는 협력사와의 납품 갈등 여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9일부터 일주일 넘게 납품을 중단해 매대에서 서울우유 제품이 완전히 사라졌다. 우유 코너는 기성 브랜드보다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컵라면이나 샤인머스켓 같은 인기 상품 매대도 군데군데 비어있어 재고 부족 현상이 역력했다.

 

한 매장 직원은 "재고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물량을 적게 들여오는 것 같다"며 "판매 후 재진열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해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비슷한 상황을 보여, 단순한 재고 관리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활동으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협력사 납품 대금, 입점업체 정산금, 임직원 급여 등을 순차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한 달 동안 창립 기념 할인행사를 1주일 단위로 연속 진행하는 전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대형마트 경쟁사들도 연중 다양한 할인 행사를 1주일 단위로 반복 편성한다"며 "재원 마련을 위해 억지로 행사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창립 타이틀을 달고 한 달 내내 행사를 이어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홈플러스가 마진을 최소화하고 자체 부담으로 할인율을 높이는 것으로 보이나,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대기업 제조사 제품보다 신선식품이나 델리 등 소비기한이 짧은 상품 위주로 20~30% 멤버십 추가할인을 적용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는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지금까지 변제했다고 밝힌 상거래채권은 약 5470억원 규모다. 이는 회생절차 개시 전후 발생한 채권과 변제액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까지 2월분 판매대금과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추가 납품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홈플러스가 최근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 등 4618억원 규모의 매입채무유동화를 상거래채권으로 모두 변제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믿을 수 없다"며 "재원 마련 방안 없이 변제를 약속하는 것은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월 12일까지 수립할 회생계획서에 변제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신용카드사와 합의했고, 법원 승인 후 성실히 변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BSTB 피해자 비대위는 "장기 분할 상환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홈플러스 파산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며 즉각적인 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